이야기

마음 전하실 곳

색다른 틈 2022. 2. 22. 21:36

내가 예전에 했던 얘기 중에 청첩장에 혼주나 신랑 신부의 통장 번호를 적자는 얘기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아지면서, 요즘엔 청첩장에 통장 번호가 적혀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리는 부고장에도 통장 번호가 적혀 있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는데, 그걸 '통장 번호'가 아닌 '마음 전하실 곳'으로 적어 놨다는 거다. 뭐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있지만, 마음을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는데, 돈=마음, 이게 아닌데 어떻게 감히 돈 보내는 곳에 '마음 전하실 곳'으로 적을 수 있는가? 이거야 말로 아예 대놓고 돈 내놔. 이 뜻이 아니던가?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자기 얘기를 전하고, 많은 사람들을 모아 함께 하는 까닭은 서로 마음을 모아 그 기운을 서로 나눠 갖고 힘이 되어주기 위함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그 일에 함께 하는 마음, 서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 마음과 돈을 똑같이 보다니.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이거야 말로 사람 사이의 정은 사라지고 돈에만 눈이 먼 지금을 그대로 비추는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내가 통장 번호를 청첩장에 적자고 한 것은 현금을 들고 다닐 경우 생기는 여러 문제를 없애기 위함이었지, 돈과 마음을 똑같이 생각하자는 뜻이 아니었다. '통장 번호'를 '마음 전하실 곳'으로 처음 적기 시작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따라서 쓰는 사람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마음 전하실 곳' 또는 '마음 나누실 곳'을 쓰려거든 청첩장이나 부고장에 적힌 전화 번호에 적자. 그건 말이 된다. 마음을 나누는 방법은 따뜻한 말 한마디, 고운 눈빛, 정겨운 몸짓이니까... '통장 번호', '계좌 번호' 이렇게 쓰는 게 영 껄끄럽다면, (왜 껄끄러운지 모르겠지만) '이바지 돈 보내실 곳' 이렇게 쓰면 되지 않겠나? 아니면 흔히 쓰는 '축의금 통', '부의함' 이렇게 써도 되겠지.

 

마음은 돈으로 따질 수 없고,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닌 마음이다. 그 돈 따위로 마음을 맞바꾸려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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