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정부의 브랜드라는 '보다 나은 정부'

색다른 틈 2020. 11. 1. 19:01

   2년이 더 된 얘기다. 정부에서 '브랜드'라는 걸 발표했는데, 그 문구가 '보다 나은 정부'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두 가지 뜻을 가진 중의어 ‘보다’를 통해 국민의 뜻과 문제를 언제나 살피며(See), 보다 (더) 나은 정부를 만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의 일을 맡아한다는 정부에서 만든 글귀라는데, 보고 있자니 참 안타깝다.

   저 말대로라면 '보다'는 단어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는 살핀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더'라는 뜻이란 얘기다. 하지만 '보다'라는 말이 '더'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물론 일본말에는 '보다'를 부사처럼 활용해서 '더'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우리말로 쓸 경우 '보다'는 동사나 조사 두 가지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일본말법을 그대로 따라 해서 '보다'를 '더'라는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별생각 없는 국립국어원이 만드는 사전에도 '보다'를 부사로 쓸 수 있는 것처럼 풀이해놨다. 일제시대 이후로 일본말법 흉내내느라 생겨난 잘못된 말의 쓰임을 아무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해서 이제 정부를 나타내는 문구에도 자랑스럽게 쓰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인지 부끄럽다.

   살핀다는 뜻과 더 낫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중심 문구 위에 있는 설명 문구까지 조금 바꿔서, "(국민의 내일을 살피는 정부혁신) 더 나은 정부"로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한 나라의 정부가 쓰는 대표 문구에 일제시대 때 상처처럼 남은 우리의 잘못된 말글살이가 보란듯이 담겨있다니 슬프고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아픈 과거가 깨끗하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속에서부터 덧나고 썩어가는 기분이라 참 그렇다. 일본과 친한 정부 사람 중 누군가가 일부러 우리 말글살이를 망가뜨리려 저런 짓을 한 것은 아닌지, 별 생각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