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색다른 틈 2024. 8. 15. 12:21

새 독립기념관장을 뽑는데 얘기가 많다. 후보에 오른 김형석 씨가 일본 편을 드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어서 그렇단다. 겉으로 일제한테서 광복을 맞이한 것이 이제 8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는 정말 독립을 했을까? 했다면 무엇에서 독립을 한 것일까?

나는 독립은커녕 아직도 무엇인가에 끌려가고 있다고 본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니 사기꾼 같은 놈들이 이끄는 데로 끌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너무 오래되다 보니 끌려가는 줄도 모르고 오히려 자기 뜻으로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게 더 안타까운 대목이다. 자기가 뭘 하는 줄도 모른 채 스스로를 옳다고 믿게 만드는 그 사기꾼들의 놀음에 완전히 놀아나고 있다니...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무엇의 손에 놀아나고 있을까?

 

일본의 영향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끊이지를 않는다. 요즘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서점을 가보면 일본에서 나온 책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책광고를 보면 일본 책 광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것 가지고 뭐라고 하면 한 소리를 듣는다. 일제를 찬양하는 정치인 그리고 정치 쪽으로는 일본을 뭐라 해도 되지만, 문화나 경제, 스포츠, 그리고 보통의 일본 사람 쪽에서는 따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일본이라도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고, 반일이나 일본 불매 운동을 얘기하는 것은 정신병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제가 한국을 집어삼키려는 계획이, 일본이 이 땅에서 물러간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아직까지도 건재해서 이런 게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걸 스스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꾸준히 남의 발 밑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등 하는 게 얼마나 많고, 한류가 어느 때보다도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라왔으니까...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보자. 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가 있고, 형제가 하나 있다. 아버지는 병에 걸려 집에서 요양을 하고 어머니는 밖에서 일을 해 돈을 번다. 그래서인지 살림도 팍팍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일을 나간 사이 옆집에 살던 깡패 무리가 그 아이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죽이고, 막 집에 돌아온 어머니에게 몹쓸 짓을 한 뒤 역시 죽였다. 그 아이 집까지 자기네 집으로 만든 옆집 깡패들은 두 형제는 건들지 않았다. 다만 돈이 필요할 때 앵벌이를 시켰다. 돈은 많이 모이는지 아이들은 부모들과 같이 살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살게 되었다. 신발이며 옷도 새 옷으로 바뀌고, 집에 세간도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며 깡패들의 우두머리도 바뀌고 구성원도 바뀌었다. 아이들도 훌쩍 컸다. 그리고 청년이 된 아이들도 독립하여 그 무리에서 나왔고 서로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다. 한 아이는 세상을 살면서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고 산 것인지 하나둘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깡패 무리한테 찾아가서 너희들이 어떤 짓을 한 줄 아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런데 깡패 무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우리가 널 키우지 않았냐고, 그리고 처음에 그 사건이 있었을 때 나는 이 무리에 들어오기 전이었다고 얘기할 뿐이었다. 그 집에 있다가 나온 다른 형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시나 잘 살고 있다. 깡패들과 함께 지내며 배운 사회생활 방식을 토대로 나름 살만한 삶을 꾸리고 자식도 낳아 살고 있다. 가끔 자기를 키워준 깡패 무리를 찾아가 놀기도 한다. 또 그 깡패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나 술집, 영화관, 호텔,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가전제품 들을 이용하며 다른  세상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을 남부럽지 않게 누리고 살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꼰대, 진상, 가스라이팅, 손절, 이런 말들이 있다. 당신은 꼰대랑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가? 진상 손님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진상 손님이나 꼰대랑은 손절하고 싶은가? 당신은 당신을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을 알고 있는가? 당신이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 당해서, 그러니까 홀려서, 속아서 살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그와 손절하겠는가 아니면 가끔 만나서 식사라도 하겠는가?

 

우리는 뭐가 문제일까? 왜 어디서는 일본을 욕하고, 또 어디서는 일본을 친근하게 대할까? 일본을 멀리해야 할까, 일본과 협력해야 할까? 모든 것은 일본이 자기들이 한 짓을 거짓 없는 진심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에 맞는 보상과 행동을 할 때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들의 죄를 인정했다면 그 마음이 변하기 전까지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 어떤가? 그리고 일본만 문제일까? 우리는? 우리 문제는 무엇일까? 우리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모른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또 살면서 생각하는 것의 범위가 좁다. 그래서 YOLO라는 말이 나왔다. 자기가 살아있는 그 시간만 생각한다. 내돈내산이라는 말도 있다. 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이다. 자기만 좋으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뜻으로, 생각의 폭이 자기 하나만으로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돈만 주면 뭐든지 다 된다는 안타까운 마음가짐도 들어있다.) 위기였던 코로나가 세상에 왔을 때 세상과 담을 쌓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독립을 할 수 있을까? 독립이라면 무엇한테서 떨어져 나와 스스로 선다는 뜻일까? 일본한테서 독립을 하자는 것인가? 그것뿐일까? 독립할 다른 대상이 떠올랐다면 좋은 일이다.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통일해야겠다는 생각도 엷어지고 있는 것처럼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독립을 했고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지위도 올라갔는데, 뭔 세상모르는 소리냐고, 어디 구석기시대에서 왔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면 참 슬픈 얘기다.

 

세상 모든 것은 방향,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독립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얘기처럼, 지금 우리는 양과 음만으로는 부족한 듯하여 그 사이를 돌봐 줄 흙을 넣어 봤다.
누군가의 얘기처럼, 지금 우리는 양과 음만으로는 부족한 듯하여 그 사이를 돌봐 줄 흙을 넣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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