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은 노래꾼인 김호중이 차사고를 내서 말이 많다. 이 일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본다.
먼저 큰 줄기를 써보자면,
1. 김호중이 차를 몰다가 멀쩡히 서있던 차를 들이박았다.
2. 그리고는 도망갔다.
3. 시중꾼(매니저)은 자기가 운전한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4. 경찰에서 김호중을 불렀던 모양인데, 17시간이나 지나서야 나타났다.
5. 김호중은 사달을 낸 다음에도 이미 약속된 노래판에 나가고 있다.
이렇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받아들이는 사실로 알고 있으니 이것만으로 글을 써보자.
사람이 살다 보면 잘못을 할 수는 있다. 그것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문제이다. 제대로 된, 멀쩡한 사람이라면 자기가 한 일은 스스로 뒷감당을 해야 한다. 그런데 김호중은 멀쩡히 서 있는 차를 들이박아서 남에게 해를 입혔는데도 그대로 도망갔다. 이런 행동은 아무리 좋게 봐도 열 살도 안 된 꼬마들이나 할 만한 짓이다.
게다가 시중꾼이 자기가 차를 몰았던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건 잘못을 두 번 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잘못을 덮어주려 다른 사람이 뒤집어쓰는 것은 두 번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차라리 김호중을 타일러서 늦게라도 경찰서에 가게 하든, 피해자를 만나게 했어야 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기 어렵고, 그래서 김호중이 술 먹고 차를 몬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았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거짓을 참이 되게 하려면 자꾸 거짓을 말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처럼 보인다.
또 경찰에서 줄기차게 연락을 했는데도 김호중은 연락을 받지 않다가, 17시간 만에야 경찰서에 갔다고 한다. 역시나 책임감을 느낄 수 없는 대목이다. 아무리 바빴어도 이미 사고를 냈을 때 차에서 내렸어야 했지만, 아무리 봐줘도 전화는 받았어야 했다. 자꾸 잘못만 늘어나고 있다. 실수는 한두 번쯤은 봐줄 수 있지만, 이렇게 실수가 이어지면 이건 실수가 아니라 작정하고 이렇게 나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만 봐도 사람이 꽤나 책임감이 없어 보이는데, 이 일을 잘 매듭지을 생각은 없이 자기가 벌여놓은 노래판에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 답답해진다. 물론 이건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여러 사람들과 약속했던 노래잔치에 끝까지 참여함으로써 이 노래판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노래를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알고 돈과 시간을 쏟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것이다. 자기가 차사고를 냈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노래판을 즐기려 했던 사람)들까지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기가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제대로 풀어가려 한다면 이렇게 해서는 아니 되었다. 차사고를 냈을 때 바로 피해자와 일을 마무리 하고, 피해자에게 자기가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얻은 뒤에 노래판에 가거나 했어야 했다. 노래판이 열리기 전까지도 피해자랑 얘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김호중은 차를 치고 도망가면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해 버렸다.
누군가는 일을 내고도 노래판에 나가서 노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손해배상금 얘기를 한다. 노래를 하지 않으면 엄청난 돈을 물어내어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겠냐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더더욱 안타깝다. 돈 때문이라면 사회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긴가? 자기가 잃을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고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 없다.
김호중을 좋아한다는 바라기(팬)들을 보고 있자면 더 깝깝하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괜찮다면서, 기죽지 말고 떳떳하라는 듯한 얘기도 하는 듯하다. 진짜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가 마땅히 가야 할 길로 가도록 해야 한다. 사회에서 귀한 사람이 되게 하려면 사회에서 지켜야 할 기본 질서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계속 품어주기만 하면 버릇 나쁜 아이가 될 뿐이다. 진정 그를 좋아한다면 그가 일으킨 문제 앞에서 떳떳하게 나서서 마무리 짓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러다가 엄청난 배상액을 물어내야 한다면, 그를 그토록 아낀다는 바라기들이 몇 푼씩 모아서 그 배상액을 대신 물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끝까지 그의 옆에서 그의 어러움을 같이 나눠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와 함께 떳떳한 모습으로 그를 지키겠는가, 아니면 그와 함께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그의 몰락을 돕겠는가?
김호중이라는 노래꾼 얘기로 글을 썼지만, 사실 이건 김호중이라는 사람, 또는 그의 바라기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거기서 사는 우리들도 똑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발뺌하는 일이 많다.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는 일이 더 많다. 같은 잘못이라면 자기 잘못을 돌아보기보다는 남의 잘못을 끄집어내기에 바쁘다. 자기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질 생각은 없고, 변명하고 거짓말을 할 생각만 하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서로 상대의 흠을 키워 서로 죽는 길만 가려한다. 나랏일을 한다는 정치인들한테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나이만 먹었지 나이값들 못하는 사람들 얘기이다. 멀리 보지 못하고 자기 코앞만 보는 사람들 얘기다. 사람 마음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재물을 지키는 것만 신경 쓰는 철없는 사람들 얘기다. 어리고 어리석은 우리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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