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집은 어째 쓰면 쓸수록 값이 올라가는가?

색다른 틈 2020. 7. 1. 22:38

   그러게나 말이다. 집은 왜 쓰던 집이 처음 샀을 때보다 비싼가? 웬만한 물건은 어느 정도 쓰다가 다시 팔 때, 처음 샀을 때보다 싼 가격에 팔리기 마련이다. 집과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내는 자동차 역시 살 때 값보다 얼마간 쓰다가 팔 때 매겨지는 값이 더 싼데 집은 왜 자꾸 비싸질까?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는 자동차도 중고품 가격이 처음 샀을 때보다 싼데, 집은 왜 중고가 비싼가?


   가끔, 샀을 때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너무 희귀해서 존재만으로도 값이 나가는 경우일 거다. 쓰던 책인데, 400년 전 왕이 썼던 책이라거나, 물건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아서 웃돈을 주고도 사고 싶어 하는 경우겠지. 그런데 집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집과 우리나라에 주인 없이 남아 있는 집 중 무엇이 많을까? 뻑하면 올라가는 그 높은 수많은 아파트들을 보고 있자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집보다 남아도는 집이 더 많은 건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8년도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은 104.2%로 이미 100%를 넘었다. 2014년도부터 2018년까지 보급률을 보면 101.9%, 102.3%, 102.6%, 103.3%, 104.2%로 계속 집이 늘어나고 있다.

(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27)

이런 걸 보면 집이 필요한 사람들보다 확실히 집이 많기는 많다. 집이 부족해서 값이 올라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택보급률은 계속 늘고 있지 않던가?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이 또 집을 차지하니 없는 사람은 계속 없을 뿐이다. 이게 매점매석이 아니고 뭐겠는가? 코로나 때문에 한 사람이 마스크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살 수 없게 하는 것처럼 집도 좀 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집은 계속 늘고있고 주택보급률도 이미 100%를 넘었다.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를 리는 없다.


   쉽게 생각해 보자. 더 비싸게 팔릴 수 있는 상황은 살 때보다 더 상태가 좋아졌거나 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뭔가가 새로 생긴 경우겠지. 종종 말하는 것처럼 집안을 새로 꾸민 경우겠다. 벽지를 새로 바른다거나, 오래된 문짝을 바꾸거나, 바닥을 새로 깔거나 가스레인지를 더 안전하고 새로 나온 것으로 바꾸었다거나, 창문과 틀을 비바람에 더 잘 견디는 것으로 바꾸거나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구들까지 새로 뜯어서 내부에 쌓인 찌꺼기를 싹 다 제거했다는 얘기나, 집에 처음부터 있던 수도관이나 가스관을 다시 새것으로 갈았다거나, 더 많은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집의 전기 용량을 늘렸다는 얘기들은 듣지도 못했고, 사실상 그럴 수도 없을 거다. 아파트라면 더욱... 다시 말하면, 처음 사서 시간이 갈수록 노화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분명히 그대로 남아 있고 계속 그걸 써야 하는데, 어느 정도로 내부를 고치면 처음 샀을 때 값보다 더 받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이 떨어질 이유는 분명히 있는데도 말이지. 그렇다고 남이 살던 집에 이사 가는 경우 항상 집안을 새로 꾸며놓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값은 더 올라있단 얘기다. 또한 지은 지 오래된 집일수록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달라서 새로운 집기(냉장고, 에어컨 따위)를 놓을 공간이나 구조도 마땅찮고, 전기도 딸리고 통신 선로도 아쉬운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불편함이 커지는 상황인데도 값을 더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다. 뭐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집을 새로 꾸며서 값을 올려 받는다기에는 모든 집이 내부를 다 새로 꾸민 것도 아니며,

오히려 모든 집은 배관이나 구들 따위가 처음보다 오래된 상태다.


   가장 그럴싸한 대답은 땅값이 올라서라는 대답이다. 그럼 땅값은 왜 오르는가? 집 주변이 예전보다 더 살기 좋아지기 때문이란다. 교통도 발달하고 학교도 생기고, 상권도 커지고, 여가 시설이나 공원처럼 삶을 더 좋게 해주는 시설들이 늘어났다는 게 그 까닭이다. 근데 그게 그 집을 소유한 사람에게 줘야 할 돈과 무슨 관계가 있나? 그 집주인이 주변에 그러한 시설들을 자비로 놓은 것도 아니고, 각 지자체에서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한 것이지 않나? 이 상황을 살짝 부풀리면 이런 상황이다. 누군가가 내 집으로 이사를 온다고 해보자. 난 이 집에 6년 전에 이사를 왔는데 그때 가격이 1억이었다. 새로 들어올 사람이 이 집을 사려는데 얼마면 되겠냐고 하기에 난 1억 2000만 원을 불렀다. 당연히 집을 사려는 사람이 물어보겠지. 왜 당신이 샀을 때보다 비싸게 파냐고? 당신이 쓴 만큼 더 집이 낡았을 텐데... 그럼 난 이렇게 대답을 한다. '우리 옆집 학생이 아주 유명한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해서 국내 최고 대학에 수석입학을 했다. 당신이 여기로 이사를 오면 당신 아이가 그 학생의 영향을 받을 테고 또 그 학생한테 과외를 받을 수도 있으니 우리집 값은 좀 더 비싼 거다.' 듣는 사람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 학생 좋은 대학 보내려고 뭐 해준 게 있나요?'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요. 그 학생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만날 때마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가끔 장 보고 온 날 마주치면 음료수도 하나 주고 그랬지요.' 그럼 또 그 사람이 이렇게 묻겠지. '학비를 대신 대줬다거나, 공부를 도와줬다거나 진로 상담을 해준 건 아니고요?', '그럼요. 그건 학생 부모가 할 일이지, 내가 왜 그걸 합니까?' 그러자 그 사람은 그렇구나 하면서 1억 2000만 원에 이 집을 사는 상황이다. 그런데 또 그 사람은 이 집에서 5년을 살더니 1억 5000만 원에 집을 내놨다. 새로 집 보러 온 사람이 또 묻는다. '왜 당신이 살 때보다 3천만 원이나 올려 받나요?' 그러면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옆집에 살 던 대학생이 수석 졸업을 하고 외국 일류 기업에 취직했지 뭡니까? 당신이 여기로 이사를 오면 그 일류 회사에서 만드는 물건을 살 때 혜택을 볼지도 몰라요. 게다가 이 아랫집엔 그 유명한 내과의사가 살지 뭡니까. 당신이 아플 때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줄 수도 있어요.' 그럼 집 사러 온 사람은 '아, 정말 좋은 집이네요. 1억 5000에 사겠습니다' 이러고 또 이 집을 사게 된다. 이런 웃기에도 아까운 일이 자꾸 이어지는 것이다. 만약 그 집 주변의 혜택을 돈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 돈을 집값에 얹어서 집주인한테 줄 일이 아니라, 지자체에 혜택 사용료(? 아니면 지역시설사용료?) 뭐 이런 이름으로 값을 치러야 할 일이다. 즉 처음에 1억에 산 집을 6년 뒤에 다른 사람에게 판다면,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감가상각 고려해서 1억이 아닌 8천만 원만 집주인한테 집값으로 주고, 그 지방에 '지역시설사용료'로 천만 원을 내는 거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갈 때는 그 지역한테 냈던 '지역시설사용료' 천만 원을 돌려받고, 새로 이사 가려는 곳에 그 지역에 맞는 '지역시설사용료'를 내는 것이지. 그럼 지역은 그 돈으로 추가 세수가 걷히니 살림에 도움이 되겠고, 이사 다니는 사람은 집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만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물론 여기서 말한 '지역시설사용료'는 지역에서 그 지역 전입자에게 받는 세금이며, 다른 지역으로 나갈 때는 다시 돌려줘야겠지. 더 이상 그 지역의 시설을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꼭 지자체에서 그런 돈을 받으라는 건 아니다. 집 주변 환경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거란 얘기들을 하니까, 실제 그런 이유로 돈을 더 내야 한다면, 그 돈을 받을 사람은 집주인이 아니라 지자체라는 얘기를 하는 것뿐이다. 요컨대, 집 주변 환경이 좋아져서 집값이 오르는 거라면, 당신은 전혀 엉뚱한 사람한테 쓸데없이 돈을 주는 셈이다.


집 주변 환경이 좋아진 건, 집주인 때문도 사려는 그 집 때문도 아니다!


   아까 했던 얘기 중에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유독 서울은 아직도 100%가 안된다.(2018년 기준 95.9%) 게다가 한 사람이 여러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제법 된다. 그냥 편하게 말하면, 있는 사람이 새로 나오는 집을 사서 없는 사람한테 비싸게 팔거나 빌려주고 있다는 거다. 이게 매점매석이고 독점인 거다. 늘 집값은 올랐으니 어떻게라도 해서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다가 남한테 비싸게 팔아 먹는 거지. 게다가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좀 전에 얘기한 것처럼 터무니 없는 이유고... 정리하면 말도 안되는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집값을 올려먹고 있고, 그걸 당한 사람들도 그걸 계속 따라하는 거다. 맞고 자란 아이가 제 자식 때리듯 말이다. 슬프고도 답답한 얘기다. 중고로 나온 집값이 처음 가격보다 비싸지는 당연하고도 그럴싸한, 그러면서도 슬프거나 답답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알고 싶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머리가 부끄러운가  (0) 2020.08.02
자릿점은 네 자리마다  (0) 2020.07.28
언제까지 현금은 종이나 금속이어야 하나  (0) 2020.07.26
제헌절, 국기를 달까 말까  (0) 2020.07.17
~보다, ~해 보다  (0) 20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