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자르미'라는 이름을 가진 물건이 있다. 통 안에 김치가 반에 반 포기 크기로 들어 있을 때, 저 칼로 찍어 누르면 김치가 먹기 좋게 잘리는 모양이다.
1992년도에 대전에서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도우미'라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행사 안내자로 일하게 한 적이 있다.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도움' + '~이'의 구성으로 말을 만든 것이 '도우미'였던 거다. 제대로 했으면 '도움이'였을 텐데, 어떤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도우미'라고 했다.
그때부터 '사람, ~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이'를 여기저기에 갖다 붙인 말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이 물건 이름도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김치를 '잘라주는' 것이니 '자름' + '~이', 이렇게 생각해서 '자름이', 아니 이것도 아닌 '자르미'라는 말을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도우미'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 말을 만든 사람도 우리말을 몰라서 이런 말을 만들었을까? 이 '물건'은 김치를 자르는 '도구'이지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이'를 붙이는 건 이상한 말이 된다. '도구'나 '물건'은 '~개'를 붙인다. 지우개, 끌개, 뒤집개, 누르개... 이런 말들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 제품 이름을 제대로 만든다면, 김치자르미가 아니라 김치자르개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말을 좋아하는 만큼 우리말도 좋아하고, 외국말을 잘 쓰는 만큼, 우리말도 잘 썼으면 좋겠다.
[덧글] 위에서 '이'가 '~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졌다고 썼는데, 꼭 사람한테만 '이'를 붙이는 것은 아니다. 도구에도 '이'를 붙일 수 있다. 다만 '~개'로 '~하는 도구'라는 뜻을 나타낼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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