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순우리말

색다른 틈 2022. 10. 25. 23:07

아래에 붙여놓은 글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머리말엔 순우리말이라고 써놓고는, 글을 읽어보면 외국말을 순우리말로 바꿨다고 바꾼 것이 한자말이다. 보통 순우리말은 한자말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도 아닌, 우리 땅에서 우리 사람들의 삶 속에서 생겨난 말을 뜻하지 않나? 글을 쓴 사람은 남의 말이 아닌 우리말을 쓰자는 얘기를 꽤나 드러내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쓴이의 뜻은 참으로 기특하다.

어찌 보면 한자말도 우리말이라고 해야 할 만큼 우리말이 너무 잊히기도 했다. 너무 약해졌다. 슬픈 일이다.

 

아래 글에 나와 있는, 남의 말을 우리말로 바꿨다는 것을 몇 개 보자.

캄테크(calmtech) → 자동 편의 기술

아웃링크(out link)  외부 연결 (방식)

랜섬웨어(ransomware) → 금품 요구 악성 프로그램

다 이런 꼴이다. 우리말로 바꿨다면서 겨우 한자말로 바꿔놨다. 그나마 한글로 쓴 게 다행이다. 곧이곧대로 한자로 썼으면 더 슬플 뻔했다.

自動 便宜 技術

外部 連結 (方式)

金品 要求 惡性 program

요즘 사람이 이렇게 쓰인 글을 보면 읽을 수나 있을까? (어떤 말은 우리말로 바꾼다면서 서양말을 다른 서양말로 바꾸기도 했다.)

 

이렇게 바꿔놓고 우리말로 바꿨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누군가는 그럴 거다. '우리말에 없으면 남의 말을 빌려 쓸 수도 있는 거다. 그게 언어다.' 이렇게 말이다. 누가 뭐래나? 없으면 빌려 쓸 수 있다. 어쩌겠나? 당장 가진 게 없는데...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날이면 날마다 남의 말을 빌어 먹고 있다는 거다. 없으면 스스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계속 빌어 먹다 보니 우리말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는 거다. 이러다 보면 마침내 남한테 빌붙어 살게 되어있다. 이미 그렇기도 하고...

 

그럼 위에 나온 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캄테크 → 눈치 (있는 재주)

아웃링크 → 밖다리

랜섬웨어 → 불땔무른모

먼저 저렇게 바꿔봤다. 캄테크는 기술 자체가 티 내지 않고 없는 듯이 있다가 사람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그 기능이 나타나는 걸 얘기한다. (캄테크에 관한 얘기는 맨 아래에 달아 놓은 글을 보고 감을 잡았다.) 물이 끓을 때 소리가 나서 물이 끓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주전자가 있는데, 그것도 캄테크가 적용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 소리를 내려고 주전자에 뭐 엄청 대단한 걸 붙여 놨다거나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기술을 쓴 게 아니면서도 필요한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어오면 알아서 불이 켜지는 현관 불도 마찬가지다. 결국 눈치껏 작동하는 재주를 얘기하는 거다. 사람이 딱히 뭘 시키지 않아도 티 내지 않고 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알아서 일을 하는 재주... 그게 캄테크다. 그래서 캄테크를 '눈치', 또는 상황에 따라 '눈치껏 작동하는 재주', '눈치 좋은 재주', 뭐 이렇게 써도 되겠다 싶다.

아웃링크는 밖으로 이어지는 길이니, 안과 밖을 이어주는 다리, 밖으로 이어주는 다리라는 뜻에서 밖다리라고 만들어 봤다. 사실 그냥 다리라고 해도 되겠지. 안에 있는 것들을 다리를 건너 밖으로 갈 거고, 밖에 있는 것들은 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올 테니...

랜섬웨어는 불땔무른모라고 해봤다. 불땔꾼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일에 방해만 놓는 사람이란 뜻인데, 그런 일을 하는 무른모니까 불땔무른모라고 하면 어떨까? 무른모라고 하면 뭔 소린지 모르는 사람도 있겠는데, 예전엔 소프트웨어를 무른모라고 불렀다. 하드웨어는 굳은모이고...

이러면 이상한 말 만들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 들어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거지. 그럼 뭐 랜섬웨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뭔 뜻인지 알던가? 처음 나오는 말은 어느나라 말이든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 말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스스로 생각하고 구하고 답을 얻는 것,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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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용어, 순우리말로 쉽게 소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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